바둑 전략과 전술: 단계마다 승률을 끌어올리는 법


들어가며
“전술 없는 전략은 승리로 가는 가장 느린 길이고, 전략 없는 전술은 패배 직전의 소음이다.” — 작자 미상
다른 게임과 견주었을 때 바둑이 가장 매력적인 점 하나는 전략을 새로 만들어 낼 여지가 끝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력이 어떻든 바둑에 빠져들고, 그중에서도 야심 있고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렇다고 바둑의 밑바탕에 깔린 전략의 틀에만 매달려 역동적인 전술의 무기고를 소홀히 한다면 큰 실수입니다. 바둑은 결국 전쟁이고, 승패는 두 가지 무기에 똑같이 달려 있습니다. 바로 전략과 전술입니다. 전략은 승리의 그림을 그려 내는 붓이어서 바둑에 방향과 목적을 불어넣고, 전술은 그 그림을 한 점 한 점 판 위에 새겨 넣는 칼입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지만, 그것도 절반쯤만 맞는 말입니다.
이제 막 바둑을 알게 되어 가슴이 뛰고, 기본기를 익혀 장수처럼 판을 설계하는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가고 싶다면 제대로 찾아왔습니다. 이 가이드에서는 바둑을 포석, 중반, 끝내기라는 세 단계로 나누어 두루 살펴봅니다. 각 단계의 원리를 배우고 거기서 나오는 전략과 전술을 실전에 적용하다 보면, 어느새 몇 점은 강해진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이 글은 바둑의 규칙과 기본 구조(돌 놓기와 따냄, 눈, 사활, 계가, 급과 단 등)를 어느 정도 안다고 전제합니다. 그러니 아직 바둑이 어떤 게임인지 모르는 채 순전히 호기심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면 오히려 운이 좋습니다. Go Magic의 걸출한 사범진이 훌륭한 인터랙티브 강좌 시리즈를 준비해 두었거든요. 첫 대국을 두고 이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여기서 배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강좌는 아래에서 다루는 조금 더 전문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기초 원리도 함께 짚어 줍니다. 이제 막 시작한 바둑 여정에 도움이 될 실전 팁은 초보자 가이드에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준비됐나요? 자, 그럼 GO.
초반부터 종반까지 흐름을 주도하기
한 판의 바둑은 포석, 중반, 끝내기라는 세 막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단계마다 고유한 긴장이 생기고, 저마다 다른 해답을 요구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넓혀 나가야 할까? 언제 공격해야 할까? 무엇을 지켜야 할까? 우위를 어떻게 집으로 바꿀까?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일찌감치 우위를 잡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 내야 합니다. 포석에서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고, 중반에서 전술로 부딪치고, 끝내기에서 마무리 수순을 밟는 내내 말입니다. 흐름을 주도하는 쪽이 승부를 가져갑니다.
참고 링크: 대국의 세 단계
1. 포석
19×19 바둑판에는 첫 수를 놓을 수 있는 자리가 361곳이나 되니, 어디에 첫 점을 놓을지 정하는 것만으로도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칭을 감안해 판의 4분의 1로 좁혀도 고를 자리가 100곳이나 남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다행히 이론과 실전의 제약 덕분에 실제 대국의 99.9%는 열 가지도 안 되는 첫 수 가운데 하나로 시작합니다. 입문자에게는 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정말 눈여겨봐야 할 자리는 삼삼(3-3), 소목(3-4), 화점(4-4) 세 곳뿐입니다.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외목(3-5)과 고목(4-5)까지 시도해 볼 만합니다. 이 착점 하나하나에 방대한 연구가 쌓여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세부 변화까지 파고들지는 않겠습니다. 저마다 세력과 실리를 다른 비율로 섞어 준다는 점만 짚어 두겠습니다.
세력과 실리
바둑을 두는 사람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큰 저울질은 세력과 실리 가운데 무엇을 택하느냐입니다. 공간을 얻을 가능성과 이미 가졌다는 확실함 사이의 선택이지요. 실리는 손에 잡힙니다. 안전하게 둘러싸 지금 당장 셀 수 있는 집이니까요. 세력은 더 미묘합니다. 튼튼하게 놓인 돌에서 뻗어 나오는, 앞으로 집이 되리라는 기대이기 때문입니다.
대국 초반에는 대개 세력의 비중이 실리보다 큽니다. 텅 빈 판은 집을 서둘러 감싸는 굳은 자리보다, 큰 싸움의 발판이 되어 줄 역동적인 배치를 반깁니다. 판이 진행되면 세력과 실리가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추상적이던 세력이 점점 뚜렷한 모양으로 자리를 잡고, 마침내 단단한 집으로 굳어지는 것이지요.
이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처음 마주한 사람은 대개 양극단에서 실수합니다. 귀와 변에 매달려 판의 넓은 공간을 놓친 채 집부터 서둘러 두르거나, 반대로 세력만 좇아 너무 엷게 두다가 실속 없는 껍데기 자리를 만들고 맙니다.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지 아는 데도 상당한 실력이 필요하지만, 세력을 자연스럽게 길러 돌이 제때를 만나 멀리까지 뻗은 큰 집으로 피어나게 하는 것은 진짜 고수의 경지입니다. 살아 있는 바둑이라는 정원에서 말이지요.
참고 링크: 실리와 세력
판 전체를 보는 사고
세력과 실리는 판을 서로 이어진 하나의 전체로 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야가 한 곳에 갇히면 바둑이 근시안이 됩니다. 눈앞의 이득을 좇고, 상대의 수에 기계적으로 응수하고, 한쪽에서 벌어진 절충을 그 자리에서 끝나는 일로 여기게 되지요. 판 전체로 생각한다는 것은 한 수 한 수가 판의 모든 자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며 둔다는 뜻입니다. 변을 따라 벌려 가는 수는 넓어질 모양을 내다보는 수이고, 약한 말을 지키는 수는 훗날의 공격을 위해 힘을 쌓는 수이며, 한 곳의 싸움 하나가 판 전체의 세력 균형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도 있습니다.
판 전체를 보는 사고를 머리로 이해했더라도, 막상 실전에서 여러 곳을 동시에 아우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판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 감각을 길러 자기 바둑에 배어들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 수 두기 전에 한 걸음 물러나 판 전체의 형세를 살피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지침 하나만 지켜도 어느 곳이 가장 중요한지 알아채는 힘이 붙고, 차츰 판의 흐름에 몸이 맞춰집니다. 억지로 한 곳의 이득을 짜내는 대신, 지금 판의 모습에서 다음 수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그 흐름 말입니다.
판 전체를 보는 눈이 좋아질수록 손빼기라는 강력한 전술도 자유자재로 쓰게 됩니다. 손빼기는 상대가 그 자리에 둔 한 수를 받지 않고 더 큰 기회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수입니다. 때를 잘 맞춘 손빼기가 강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판에서 가장 큰 곳이 반드시 마지막 돌이 놓인 자리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판 전체를 아우르는 감각을 기르면 상대에게서 선수를 거듭 빼앗아 가능성이 더 큰 쪽으로 판을 끌고 갈 수 있고, 그것이 승부를 가르는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선수를 쥐는 것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상대가 무슨 수를 두든 다 무시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두어도 될까요?
참고 링크
급한곳

길잡이가 되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바로 “큰곳보다 급한곳이 우선”입니다.
바둑판 위의 모든 수가 같은 무게를 지니지는 않습니다. 실력이 늘면서 몸에 붙는 여러 전략 감각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는 지금 두어야 할 수를 알아보는 힘입니다. 꼭 두어야 하는 수를, 두고 싶은 수보다 먼저 둔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됩니다.
급한곳(꼭 두어야 하는 수)은 근거를 마련하거나, 강한 돌과 연결하거나, 중앙으로 달려 나가면서 내 돌을 안정시킵니다. 같은 방식으로 상대의 약한 돌을 위협하기도 하지요. 큰곳(두고 싶은 수)은 세력을 키우고 모양을 넓히면서 상대의 가능성을 좁힙니다. 다만 무엇이 ‘크다’고 할 수 있는지가 늘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화려하지만 효과가 금세 사라지는 공격보다, 길게 보아 힘을 쌓아 두는 조용한 한 수가 더 잘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판이 무르익은 뒤라면 나무랄 데 없는 수도 포석에서 두면 치명적으로 작을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판에서 가장 큰 곳을 내주고 선수까지 잃게 되니까요.
결국 바둑이 는다는 것은 때를 아는 감각을 기르고 돌의 리듬과 흐름(판 전체를 보는 사고)에 귀를 여는 일과 크게 맞닿아 있습니다. 언제 지키고, 언제 치고 들어가고, 언제 넓힐지를 아는 것이 전략적으로 성숙했다는 표시입니다. 그리고 가장 멋진 수는 물론 이 모두를 한꺼번에 해내는 수고요.
참고 링크
효율
바둑이라는 게임의 씨줄과 날줄에는 모든 판단을 우아하게 지배하는, 단순해 보이는 목표 하나가 새겨져 있습니다. 되도록 적은 돌로 되도록 많은 집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같은 수의 돌로 판의 어느 곳에서 몇 집을 낼 수 있는지 견주어 보세요.
- 귀는 집을 확보하는 데 드는 돌이 가장 적습니다.
- 변은 귀보다 많이 들지만 중앙보다는 적게 듭니다.
- 중앙에서 같은 집을 내려면 돌이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듭니다.
바둑이 귀에서 시작해 변으로 뻗고 중앙으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이 기본 원리 때문입니다. 귀에 놓인 돌은 판의 다른 어느 곳에 놓인 돌보다 열심히 일해 주기에, 포석 맨 처음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됩니다.
다만 효율이라는 원리는 집을 차지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좋은 수인지 아닌지는 전략과 전술의 목적을 얼마나 여러 겹으로 한꺼번에 이루어 내는가로 갈립니다. 상대를 무거운 모양으로 몰아넣으면서 내 모양은 튼튼하게 만드는 들여다봄, 약한 말에 눈을 만들어 주면서 끝내기의 이득까지 남기는 버림돌, 집을 확보하고 세력을 쌓고 상대의 모양까지 동시에 억누르는 벌림. 그런 수 말입니다.
요컨대 효율은 모든 훌륭한 바둑을 조용히 다스리는 규율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야 자라는 감각이지만, 한 수 한 수가 겉보기 이상의 뜻을 품어야 한다는 단순한 자각만으로도 승리에 그만큼 가까워집니다. 행운은 돌 한 점 한 점을 헛되이 쓰지 않는 쪽의 편이니까요.
참고 링크: 수의 효율
포석 실전 가이드
앞에서 살펴본 개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바둑을 두는 사람이라면 늘 다다르고자 하는 깊고 통합된 이해로 가는 길의 첫걸음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다소 추상적인 생각을 실제 바둑에 옮겨 보려 하면, 세계지도 한 장을 들고 번잡한 도시를 찾아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도무지 구체적이지가 않은 것이지요. 다행히 붙잡기 어려운 이 개념의 알맹이는 수백 년에 걸친 프로의 실전 속에서 걸러져, 포석의 매 순간 다음 최선의 수를 찾도록 도와주는 간단한 지침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 빈 귀를 최대한 많이 차지하세요. 귀는 판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집이 되고 넓혀 나가기도 가장 쉽습니다. 귀는 많이 가질수록 좋습니다.
- 내 귀는 굳히고 상대의 귀에는 걸치세요. 이미 차지해 둔 곳을 먼저 안전하게 만들고, 그다음에 상대의 안전을 흔듭니다.
- 양쪽 모두에게 큰 곳을 차지하세요. 나와 상대의 진영이 함께 넓어지는 자리입니다.
- 한쪽에만 큰 곳을 차지하세요. 어느 한쪽에만 넓힘의 가치가 있는 자리입니다.
- 남은 빈 곳을 두세요.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자리를 모두 차지한 뒤 판에 남아 있는 빈 자리입니다.
참고 링크: 바둑 포석에서 우선할 것 — 아름다운 포석을 떠받치는 기본 원리
기풍 찾기: 다양한 포석 전략
“전략을 세울 때에는 그 계획의 강점과 약점을 함께 알아야 한다.” — 손자, 손자병법
프로기사는 대개 기사 생활 내내 여러 포석을 실험합니다. 자기만의 기풍을 찾고 그 과정에서 포석 전략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지요. 일본의 거장 가토 마사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 방식은 한 가지 포석 형태에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아무리 아둔하더라도 그 형태에 관해서만큼은 상대보다 많이 연구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포석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자신감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포석, 자기 기질에 가장 잘 맞는 포석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포석 실력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그런 탐색의 마음으로, 세력과 실리 사이의 여러 전략을 아우르는 이미 자리 잡은 포석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자기 기풍에 가장 잘 맞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래 포석은 대개 흑이 쓰지만, 흑의 선수를 감안해 조금만 손보면 백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습니다.
슈사쿠 포석: 에도 시대의 천재 혼인보 슈사쿠는 당대에 견줄 이 없는 기량으로 ‘기성(棋聖)’의 칭호를 받은, 일본 바둑사의 세 기사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소목을 돌려 가며 두는 착점 자체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있었지만, 그것을 체계적인 포석 전략으로 다듬고 크게 성공을 거두어 마침내 자기 이름을 붙이게 만든 사람이 바로 슈사쿠였습니다. 이 포석은 슈사쿠 시대에 흑의 제일 선택으로 자리 잡았고, 1930년대에 덤이 도입되기 전까지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오늘날에는 현대 포석 이론의 주춧돌로 평가받습니다.
혼인보 슈사쿠 대 이토 쇼와, 1859년 어전 대국
첫 세 수를 보고 나면, 백이 왜 포석 지침대로 남은 빈 귀를 느긋하게 차지하지 않고 백 4로 흑의 위쪽 귀에 뛰어드는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반대편에 돌이 놓인 귀굳힘(흑 3)은 덤이 없던 시절에 워낙 크다고 여겨져서, 그것을 허용하느니 이렇게 걸쳐서 막는 편이 낫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흑 7이 그 유명한 슈사쿠의 마늘모입니다. 비교적 느려 보이는 수지만, 백이 중앙으로 움직일 여지를 묶어 탄탄한 승리를 그리는 대단히 강력한 한 수입니다.
중국식 포석: 이 포석은 1950년대에 중국의 아마추어 기사가 먼저 시도했습니다. 프로 바둑계가 널리 주목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초, 천쭈더 9단이 중일 바둑 교류전에서 이 포석을 거듭 써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였습니다.
천쭈더 대 사카타 에이오, 1973년 중일 바둑 교류전
흑이 1, 3, 5로 둡니다. 우하귀를 굳혀 눈앞의 실리를 챙기는 대신, 백이 침입할 수밖에 없는 대모양을 그려 더 큰 것을 노리는 것이지요. 그 침입을 공격하면서 바깥 세력을 쌓고, 그 힘으로 판의 다른 곳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구상입니다. 흑 5의 바로 왼쪽 자리에 두는 고중국식은 저중국식(보통의 중국식)보다 세력을 한층 더 중시하는 선택입니다.
삼연성: ‘별 셋을 나란히’ 놓는 이 포석이 기록에 남은 것은 1933년, 일본의 명교육자 기타니 미노루가 처음이었습니다. 기타니는 삼연성을 신포석(포석 혁명) 시대를 상징하는 포석의 하나로 자리 잡게 한 주역이기도 합니다. 고수의 대국에서는 백이 대모양을 지우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 현대 프로 무대에서 삼연성을 보기는 어려워졌지만, 효율적으로 침입하고 삭감하기가 쉽지 않은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립니다. 눈에 띄는 예외가 일본 바둑계의 슈퍼스타 다케미야 마사키입니다. 그는 1970년대에 삼연성을 바탕으로 판을 크게 쓰는 기풍을 완성했고, 그 기풍은 ‘우주류’라 불리며 수십 년 동안 동시대 기사를 압도했습니다.
다케미야 마사키 대 조치훈, 1996년 제21기 일본 명인전
흑이 판 한쪽 변의 화점 세 곳을 차지해 바깥 세력을 최대로 끌어올립니다. 중국식 포석과 마찬가지로 삼연성도 백의 침입을 부르는 대모양을 노리며, 흑은 그렇게 쌓은 두터움으로 그 침입을 매섭게 공격합니다.
천원: 판 한가운데에 첫 점을 놓는 것은 흑으로서는 대담하고 다소 무모한 선택입니다. 사실상 시작부터 백에게 큰 싸움을 걸겠다는 뜻이니까요. 이 포석이 프로 무대에서 드문 이유는 본래 나쁜 수여서가 아니라, 변화가 훨씬 복잡해 분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조심해서 다가가야 합니다. 깊은 수읽기와 뛰어난 형세판단을 요구하는 수니까요.
안영길 대 류채형, 2003년 제10회 한국 프레시 베스트 10
천원은 중앙에 일찍 집을 내려는 수라기보다(그건 효율이 떨어집니다) 앞으로의 모든 자리가 모여들 중심의 닻을 박아 두는 수입니다. 이 자리를 차지해 두면 흑이 넓혀 가는 모양도, 쫓기며 달아나는 약한 말도 함께 받쳐 줄 수 있고,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백을 제한하고 몰아붙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천원의 돌은 네 귀 전부에 대한 축머리 노릇까지 해 주는 이점이 있습니다.
흉내바둑: 상대가 둔 수를 천원을 중심으로 점대칭이 되는 반대편 자리에 그대로 되받아 두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판을 ‘거울에 비추듯’ 두는 것이지요. 흉내바둑의 가장 유명한 예는 훗날 전설적인 맞수가 되는 오청원과 기타니 미노루의 1929년 첫 대국입니다. 오청원은 천원에 첫 점을 놓아 대칭의 중심이 되는 유일한 자리를 지운 뒤 64수 동안 기타니를 그대로 흉내 냈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기는 동시에 거센 비판도 받았습니다.
오청원 대 기타니 미노루, 1929년 지지신보 기전
달리 보면 소극적인 이 방식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흉내 낸 수순은 본래의 수순과 가치가 같으므로, 흉내 내는 쪽은 어느 한쪽에 몸을 싣지 않은 채 형세를 팽팽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만큼 느긋하게 상대의 수를 살피다가, 상대가 좋지 않은 수를 두었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흉내를 멈추고 그 허점을 찌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2016년 알파고가 세계 최강 기사를 압도하면서 바둑은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카타고와 릴라 같은 현대 AI 프로그램은 인간의 직관과는 너무나 다른 판 전체의 논리로 두면서, 수백 년 쌓인 상식을 뒤집는 동시에 바둑의 가장 깊은 원리 몇 가지를 오히려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AI의 기풍은 남다른 싸움 실력과 한 치 오차 없는 계산 없이는 흉내조차 낼 수 없지만, 프로의 적응은 빨랐습니다. 2020년 무렵에는 정상급 기사가 AI 연구를 일상 훈련에 넣었고, 그 결과 포석과 귀의 정석 목록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오늘날 AI 분석은 프로 훈련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고, 기전 대국에서도 AI식 기풍이 주류입니다. 그 영향은 바둑을 보는 눈을 다듬는 동시에 새로 정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카타고끼리 둔 레이팅 대국, 2025년
귀의 집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AI가 초반부터 기계적으로 삼삼에 침입하면서 더없이 분명하게 확인되었습니다. 반대로 AI는 급해 보이는 위협에도 아예 응수하지 않고 손을 빼는 버릇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수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지요. 계산의 정밀도가 차원이 다르기에, AI는 큰 실리를 좇는 인간의 성향과 달리 아주 근소한 차이로도 승률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 고전 포석
정석에 관한 한마디
정석은 수백 년의 실전을 거치며 만들어지고 시험되고 다듬어진, 귀에서 이루어지는 정해진 수순입니다. 귀에 걸치고 귀를 지키는 최선의 형태를 담고 있으며, 그 자리에서만큼은 양쪽에 호각인 결과를 남깁니다.
입문자라면 실력을 늘리려면 정석부터 외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거나, 그렇게 믿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정석이 값진 것은 분명하지만, 통째로 외워서 익히는 방식은 방향이 어긋난 데다 오히려 실력 향상을 가로막습니다. 정석은 그 자리만 떼어 놓고 ‘옳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판 전체의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비로소 뜻이 생깁니다. 부분적으로는 훌륭한 결과가 판 전체를 놓고 보면 대실패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정석 공부는 입문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섬세하고, 솔직히 입문 단계에서 얻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외우기와 이해하기의 차이를 옛 바둑 격언이 정확히 짚어 줍니다. “정석을 외우면 두 점 약해지고, 정석을 공부하면 넉 점 강해진다.” 지금 단계에서는 복잡한 수순을 외우려 하기보다, 몇 가지 기본형에 담긴 생각을 이해하는 편이 훨씬 쓸모 있습니다. 간단한 정석을 많아야 두세 개, 한 수 한 수가 왜 성립하는지 짚어 가며 철저히 익혀 보세요. 그 수의 노림, 만들어지는 모양, 뻗어 나가는 세력에 눈을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개념으로 이해해 두면 수순을 따로따로 외우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됩니다.
어쨌든 정석을 두루 아는 것은 입문자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고, 아마추어 강자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안심하세요. 포석의 원리를 단단히 붙잡고 어느 단계에서든 판 전체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편이 훨씬 튼튼한 바탕이 되며, 바둑을 보는 눈이 깊어지면서 정석도 자연스럽게 자기 바둑에 녹아들게 됩니다.
참고 링크
2. 중반

포석의 모양이 잡히고 나면 서로 다투는 곳에서 곧 충돌이 터지고, 중반이 시작됩니다. 전략의 시야와 전술의 판단이 실제 전투로 만나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 단계의 성패는 수비를 두텁게 하고, 상대의 약점을 찌르고, 돌의 모양을 능숙하게 다듬어 유리한 결과를 미리 그려 내는 힘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수에 유연하게 맞춰 갈 수 있어야 하지요.
수읽기
바둑에서 수읽기란 돌이 실제로 판에 놓이기 전에 그 수순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일입니다. “여기에 두면 상대는 어떻게 받을까?”를 되풀이해 물으며, 여러 변화 가운데 최선의 진행을 가려낼 때까지 이어 가는 과정이지요.
수읽기는 바둑에서 가장 결정적인 하나의 능력으로 꼽힙니다. 수읽기 능력이 실제 기력과 얼마나 맞물리는지는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지만, 수읽기가 앞서면 어느 단계 어느 수준에서든 바둑이 앞선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이론을 아무리 파고들고 바둑책을 아무리 뒤적여도,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을 전술로 실행하는 힘, 곧 실제 기력은 수읽기의 깊이와 정확도, 속도가 자라는 만큼만 자랍니다.
그러니 세계 최고의 기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돌의 수순을 보통 사람이 인쇄된 글줄을 읽는 것보다 빠르게 읽어 낸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면도날’로 불린 일본의 사카타 에이오 9단은 “한눈에 서른 수가 보인다”고 말한 적이 있고, 정상급 프로는 중요한 수를 정하기 전에 100수가 넘는 변화를 여러 갈래씩 살피는 일이 흔합니다. 다만 입문자라면 두세 수 앞만 또렷하게 읽어 낼 수 있어도 결정적인 무기가 됩니다.
수읽기를 기르는 출발점으로는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 곧 축이 제격입니다. 축을 끝까지 읽어 내지 못하는 것은 입문자가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라서, 축만 확실히 잡아도 이기는 바둑이 부쩍 늘어납니다. 그다음에는 장문을 읽는 연습과 짧은 수상전에서 활로를 세는 연습을 해 보세요. 천천히 꼼꼼하게, 그 자리의 결과를 완전히 확신할 때까지 한 수 한 수 그려 가며 읽습니다. 필요하면 몇 번이고 다시 읽으세요. 근육과 같아서 쓸수록 힘이 붙고, 어느새 국지전을 자신 있게 제압하고 있을 것입니다.
참고 링크
싸움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곳에서 돌이 맞부딪히면 싸움은 피할 수 없습니다. 수읽기와 전술 지식, 그리고 배짱까지 한꺼번에 시험받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런 충돌에서 우위를 잡는 것은 무모한 공격이 아니라 자기 돌의 배치를 전략적으로 끝까지 활용하는 힘입니다. 같은 돌이 공격의 발판이 되는 동시에 수비를 떠받치는 성채로도 일해야 하지요. 공격과 수비에서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은 두터움에서 멀리 두라는 것입니다. 상대의 두터움 가까이 둔 돌은 곧바로 좋은 공격 목표가 되고, 반대로 자기 두터움에 바짝 붙여 두면 그 힘을 낭비해 응형이 됩니다. 노려야 할 것은 상대를 자기 두터움 쪽으로 몰아, 그 두터움을 방패 삼아 상대의 공격을 부수는 일입니다.
싸움의 본질은 균형입니다. 공격과 수비는 한 수가 동시에 해내는 두 가지 일이지요. 준비된 공격은 자연히 자기 진영을 두텁게 하고, 탄탄한 수비는 곧바로 반격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목표는 잡는 것이 아닙니다. 돌을 잡는 것은 탄탄하게 둔 결과로 따라오는 반가운 덤일 뿐이고, 진짜 목표는 상대를 불리한 자리와 비능률적인 모양으로 몰아넣는 것입니다.
참고 링크
모양 만들기

바둑에서 모양이란 같은 색 돌이 서로 어울리고 가까운 상대 돌과 맞물리면서 되풀이해 나타나는 형태를 말합니다. 모양이라는 관점에서 바둑의 목표는 필요한 만큼만, 그 이상은 아니게, 되도록 적은 돌로 자기 진영을 단단히 잇는 것입니다. 결국 좋은 모양이란 효율 원칙이 그 자리에서 드러난 모습입니다. 공간과 시간 속에 병력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전술적 우위를 얻는 일이지요.
입문자에게 좋은 모양과 나쁜 모양을 가르는 원리는 흐릿하고 신비롭게만 보여서,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 년은 공부해야 하는 줄 알기 쉽습니다. 모양의 미감을 몸에 익혀 실전에서 우아하게 쓰기까지는 분명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핵심 자체는 단순하고 금방 잡힙니다. 열쇠는 급소입니다. 급소란 진영을 안정시키고, 잇고, 넓히면서도 유연함을 잃지 않고 주위에 힘을 뻗치는, 여러 몫을 한꺼번에 해내는 요처를 말합니다. 이 자리를 차지하고 지켜 나가면 좋은 모양은 저절로 갖춰집니다. 돌은 살아 있고, 이어져 있고, 자기 진영을 보강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압박하는 두 가지 일을 함께 해냅니다. “상대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는 황금률 그대로지요. 집을 넓히든 상대의 집을 줄이든, 말을 잇든 끊든, 눈을 만들든 없애든, 어느 단계에서나 상대에게 최선인 수가 이쪽에도 최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하면 이쪽 모양은 튼튼해지고, 상대는 엷거나 응형인 모양에 활로도 모자라고 살 만한 궁도도 없이 남게 됩니다.
좋은 모양에 대한 감각이 아직 얕은 입문자라면, 모양을 만드는 수를 고를 때마다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비추어 보는 것이 가장 믿을 만한 방법입니다.
- 자기 진영을 효율적으로 잇는 수인가?
- 궁도를 만들거나 지키는 수인가?
- 상대를 압박하는 수인가?
이 가운데 둘 이상을 만족하는 수가 대체로 가장 강하고 효율적인 모양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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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의 필수 전술
어느 단계에서나 쓸모 있지만 특히 싸움이 몰리는 중반에 새겨 둘 만한 실전 요령을 모았습니다. 전술의 연장통에 이것들을 더해 두면 싸움의 감각이 훨씬 날카로워집니다.
멀리서 공격하기: 약한 돌에는 직접 붙이지 말고 멀찍이서 다가가세요. 맞붙이는 수는 상대에게 단단한 응수를 강요해 오히려 상대를 강하게 만듭니다.
붙여서 지키기: 반대로 자기 말이 약하거나 공격받고 있을 때는 상대 돌에 붙여 가세요. 그 자리에서 교환을 강요해 형태를 수습할 수 있습니다.
지키기 전에 활용 먼저: 위협을 받았다고 곧바로 받아 주기 전에, 그 자리든 다른 곳이든 상대가 반드시 받아야 하는 선수 활용이 없는지 찾아보세요. 받지 않으면 감당 못 할 손해가 나는 자리 말입니다. 그런 다음에 지키면 훨씬 좋은 조건에서 지킬 수 있습니다.
들여다보면 반드시 잇기: 들여다봄은 끊어서 돌을 갈라놓겠다는 예고라서, 손을 빼면 거의 언제나 큰일이 납니다. “들여다보는 데 잇지 않는 바보 없다”는 가게야마 도시로 9단의 말입니다.
끊을 수 있는 곳은 들여다보지 않기: 끊는 자리를 들여다보면 상대는 그 자리를 이어 형태를 정비할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고맙습니다’ 소리가 나올 한 수를 선물하는 셈이지요.
먼저 끊고 나중에 읽기: 상대가 끊는 자리를 남겨 두었다면 곧바로 끊어 두는 편이 좋을 때가 많습니다. 끊으면 상대의 돌이 갈라지고, 길게 보아 큰 이득으로 이어질 공격의 실마리가 생깁니다. 일단 끊고, 그다음 변화는 나중에 읽으세요.
상대의 끊은 돌 잡기: 싸움이 벌어진 곳에서 끊고 있는 돌은 대개 양쪽 모두에게 요석입니다. 이 돌을 잡으면 그 자리가 이쪽에 유리하게 정리되고, 판의 다른 곳에 있는 상대 진영까지 약해지거나 아예 무너지는 일이 흔합니다.
축에 걸린 돌은 곧바로 따내기: 축이 성립하는데도 상대가 달아났다면, 판에 더 급한 곳이 없어지는 대로 바로 따내세요. 미루는 사이에 상대가 축머리를 만들거나 다른 방식으로 싸움을 복잡하게 끌고 갈 수 있습니다.
3. 끝내기
큰 싸움이 잦아들고 큰 말이 자리를 잡으면, 바둑의 초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집의 경계로 옮겨 갑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 끝내기입니다. 여기서도 공격과 수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넓은 전략적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훨씬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 쓰입니다. 자기 집을 굳히고 상대의 이득을 줄여 한 집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지요. 한 수가 몇 집을 벌어 주는지, 그리고 상대에게 몇 집을 못 벌게 하는지 빠르게 셈하는 능력이 마지막 승부를 가르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끝내기는 계산이 가장 많은 단계라서, 본격적인 공부는 대개 급수가 어느 정도 올라간 뒤에 시작합니다. 미세한 끝내기 교환을 따지려면 그만한 수읽기와 계산 능력이 먼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집 계산의 기본만 익혀 두어도 형세판단이 날카로워지고 마무리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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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다툼
한 수의 가치를 정하는 데는 순수한 집 수 말고도 결정적인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수가 주도권, 곧 선수를 잡아 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선수를 쥐고 놓지 않는 것은 바둑의 중심 지침 가운데 하나이며(‘판 전체를 보는 사고’ 참고),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일도 많습니다.
크게 보면 모든 수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상대에게 즉각 응수를 강요하는 선수, 그리고 그 자리의 교환을 마무리 지어 상대가 다른 곳으로 손을 돌릴 수 있게 하는 후수입니다.
가장 좋기로는 모든 국지 교환을 선수로 끝내는 것입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모양의 급소를 확보하거나 중요한 말을 안정시키기 위해 후수를 감수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약점을 남기지 않으면서 이득을 최대로 끌어내도록 선수와 후수를 능숙하게 저울질하는 것, 그것이 허둥대는 끝내기를 절제 있고 계획적인 마무리로 바꿔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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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체크리스트
끝내기 수를 고를 때 주도권을 기준으로 삼는 일반적인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양선수: 이쪽에도 선수, 상대에게도 선수 – 판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수라 곧바로 두어야 합니다. 집을 확보하는 동시에 상대에게서 같은 집을 빼앗기 때문이지요.
- 선수: 이쪽은 선수, 상대는 후수 – 상대에게 응수를 강요해 주도권을 계속 쥐게 해 주는 수입니다. 집을 가장 크게 벌거나 뒤에 이어지는 수가 큰 것부터 시작해, 선수 교환을 되도록 여러 개 엮어 두세요.
- 역선수: 이쪽은 후수, 상대는 선수 – 자기 선수가 다 떨어졌다면 상대의 선수를 지우는 후수 자리를 찾아보세요. 상대의 선수는 대개 먼저 두어지기 때문에 역선수가 이득이 되는 장면은 흔하지 않습니다.
- 후수: 이쪽에도 후수, 상대에게도 후수 – 경계를 굳히고 남은 집을 마저 챙기는, 한 판을 매듭짓는 마지막 수입니다. 가장 큰 것부터 시작해 맨 나중에 두세요.
마치며
한 판의 바둑은 형체 없는 생각의 풍경을 지나가는 저마다의 여행입니다. 처음에는 끝없이 추상적이고 가능성으로 가득한 드넓은 전략의 벌판으로 펼쳐집니다. 돌이 늘어나고 진영이 부딪히면서 그 땅은 치열한 전술 싸움이 벌어지는 역동적인 전장으로 모습을 바꿉니다. 마지막 수에 이르면 바둑판은 머릿속의 관념에서 살아 있는 집이 짜인, 손에 잡히는 무늬로 바뀌어 있습니다.
각 단계는 앞 단계 위에 쌓입니다. 포석은 세력의 균형을 세우고, 중반은 그 균형을 시험하며 다듬고, 끝내기는 그것을 셀 수 있는 값으로 바꿉니다. 전체로 놓고 보면 세 단계는 전략을 그리는 굵은 붓질에서 전술을 찔러 넣는 날카로운 손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러면서도 어느 단계에서든 둘 다 없어서는 안 됩니다. 탄탄한 전략이 없으면 전술은 갈 곳이 없고, 날카로운 전술이 없으면 전략은 공중누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만 전략과 전술이 떼어 놓을 수 없이 맞물린 이 힘을 제대로 기르려면, 판 위에 놓이는 수 너머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몇 점 강해지는 데 그치지 않는 진짜 향상은 의식적인 공부와, 배운 것을 자기 바둑에 실제로 적용하는 데서 나옵니다. 다음 글에서는 판 밖에서 효과적으로 훈련하는 법과, 꾸준한 성장을 오래 이어 가는 연습 습관을 만드는 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선수를 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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