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격언 15가지

Close-up of black and white Go stones arranged to illustrate shape on a wooden Go board.
Close-up of black and white Go stones arranged to illustrate shape on a wooden Go board.

바둑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복잡함을 지닌 게임이지만, 어떤 형태는 워낙 자주 그리고 어김없이 되풀이되어 수백 년의 실전 속에서 짧고 외우기 쉬운 격언으로 다듬어졌습니다. 한입 크기로 압축된 이 지혜에는 전략과 전술의 근본 원리가 담겨 있어서, 혼자 시행착오로 알아내려면 몇 년이 걸릴 이해를 단숨에 안내해 주고, 고수가 타고난 듯 지닌 그 감각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여기 모은 것은 입문자가 바로 이해하고 곧장 써먹을 수 있는 격언입니다. 깊은 전략적 맥락이나 정교한 수읽기가 있어야 뜻이 통하는 추상적인 말과 달리, 이 열다섯 가지는 바로 다음 판에서 쓸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침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4선은 세력, 3선은 실리, 2선은 비상용

포석에서 돌은 주로 3선과 4선에 놓입니다. 이런 수를 각각 낮은 수, 높은 수라고 부르는데(고중국식 포석, 낮은 협공처럼 말이지요), 입문자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이 차이가 한 판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3선의 돌은 변을 따라 능률적으로 움직이며 확실한 집을 짓고, 4선의 돌은 바깥으로 세력을 뻗어 상대 말을 공격하거나 대모양을 키우는 데 쓰입니다. 초반에 2선에 두는 수는 거의 언제나 너무 작고 소극적입니다. 2선은 위협받는 말을 잇거나 삶을 확보할 때를 위해 아껴 두세요.

포석에서는 3선과 4선을 함께 써서 균형 잡힌 포진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2. 한 점에 두 칸, 두 점에 세 칸

이 격언은 가장 알맞은 벌림의 폭을 말합니다. 3선이나 4선에 놓인 한 점에서는 두 칸, 벽의 최소 높이인 두 점에서는 세 칸을 벌립니다. 이런 식으로 다섯 점, 여섯 점까지 이어지는데, 그 이상은 아무리 넓게 벌려도 침입을 당하기 마련입니다. 주변에 아군이나 상대 돌이 있으면 조정이 필요하지만, 벽의 높이보다 한 칸 더 벌린다는 큰 원칙은 믿고 따를 만한 기준입니다. 이 격언을 따른 벌림은 응형도 아니고 쉽게 침입당하지도 않습니다. 이어지기에 충분히 가깝고, 자라기에 충분히 넓지요. 대국 후반에 생기는 어려움 가운데 상당수는 포석에서 너무 소심하게, 혹은 너무 욕심껏 벌린 데서 비롯됩니다.

한 점, 두 점, 석 점, 넉 점 벽에서의 알맞은 벌림 폭. 

3. 좌우동형은 중앙이 급소

좌우가 같은 모양에서는 한가운데에 두는 것이 맞보기를 만드는 열쇠일 때가 많습니다. 맞보기란 가치가 같은 두 자리로, 상대가 한쪽을 차지하면 이쪽이 다른 한쪽을 차지하는 관계지요. 모양의 양쪽이 똑같을 때 중앙에 두면, 전체 목표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눈을 만들거나 잇거나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 격언은 주로 사활이 걸린 전술적인 자리에 관한 말이지만, 전략적인 판단에도 적용됩니다. 두 진영이 서로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을 때 그 중앙점은 양쪽 모두의 급소인 경우가 많고,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하면 형세가 유리해집니다(6번 참고).

A, B, C, D, E는 좌우동형의 중앙점이자 양쪽 모두의 급소입니다. 

4. 빵따냄은 30집

바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격언 가운데 하나입니다. 30집이라는 숫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만큼 큰 수를 든 것은 빵따냄의 힘과 잠재력을 강조하기 위해서지요. 한 점을 따내서 생기는 이 마름모 모양은 눈앞의 집 수보다 훨씬 값집니다. 사방으로 힘과 세력을 뻗쳐서 상대의 공격을 사실상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기준은 이렇습니다. 빵따냄을 만들 기회가 오면 무조건 붙잡고, 반대로 상대에게는 절대 내주지 않는 것이지요. 예외를 스스로 판단할 만큼 이해가 깊어지기 전까지는 이 원칙을 그대로 지키세요.

빵따냄은 사방으로 세력을 뻗칩니다. 

5. 초반에는 팻감이 없다

팻감은 상대가 받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만큼 위협적인 수로, 이 수로 응수를 강요한 뒤 다른 곳의 패를 다시 따내는 데 씁니다. 판이 거의 비어 있는 대국 초반에는 정말로 위협적인 팻감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큰 돌무더기를 끊어 내거나 외로운 귀의 말을 잡는, 중반과 끝내기의 강력한 팻감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요. 그래서 이른 패싸움은 거의 언제나 먼저 시작한 쪽이 손해입니다. 포석에서 수순이 패로 흘러간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세요. 그러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크게 손해를 보고, 나아가 판 전체의 우위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흑 1로 패를 시작합니다. 백이 2로 팻감을 만들려 해도 흑은 그냥 손을 빼고 3으로 패를 따낸 뒤 잇습니다.

6. 상대의 급소는 나의 급소

바둑에서 급소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경우는 드뭅니다. 상대를 강하게 하거나 약하게 만드는 자리는 이쪽 돌에는 정반대로 작용하는 일이 많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벌림에도, 이음에도, 침입에도, 사활에도, 사실상 판 위에 생기는 거의 모든 자리에 해당하는 이야기지요. 이쪽의 급소가 상대가 원하는 바로 그 수와 늘 같지는 않지만, 대개 같은 구역 안에 있습니다.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하면 자기 진영은 좋아지고 상대의 구상은 어그러집니다.

이 격언에서 쓸모 있는 원칙이 하나 더 따라 나옵니다. 어떤 수가 상대에게 그리 크지 않다면, 상대가 반드시 받아야 하는 수라 해도 이쪽에도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13번 참고).

A, B, C는 양쪽 모두의 급소입니다.

7. 다섯 말은 살아도 여섯 말은 죽는다

판에 말이 너무 많으면 위험합니다. 따로 떨어진 말이 늘어날수록 살아남는 데 필요한 눈도 그만큼 많아집니다. 그러니 눈을 나눠 쓰는 말은 살리기가 훨씬 쉽지요. 게다가 말이 여럿이면 상대는 그 사이를 갈라 두세 개를 한꺼번에 노리는 공격을 걸기 쉽고, 하나씩 따로 지켜야 하는 이쪽을 상대로 큰 이득을 챙깁니다.

옛 중국 규칙에는 살아 있는 말 하나마다 집을 깎는 ‘집단세’까지 있었을 정도로, 말을 여럿 거느리는 부담을 무겁게 보았습니다. 그러니 아직 안정되지 않은 자리가 몇 군데 있다면, 새로 벌이기 전에 그것부터 튼튼하게 하세요. 돌은 되도록 이어 두고, 어느 때든 판 위의 약한 말은 하나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3년 영스타즈 대회, 신진서 초단 대 천하오 4단. 흑은 여섯 번째 말을 살리지 못하고 이 판을 내주었습니다. 

8. 뒤에서 밀지 마라

상대의 돌이 한 줄로 뻗어 있을 때 뒤에서 밀어 가면, 상대가 가고 싶어 하던 곳까지 그대로 데려다주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예상되는 집을 굳혀 주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두터움을 쌓게 해 주는 것이지요. 수는 상대의 진영을 제한해야지, 호위해서는 안 됩니다. 미는 수가 자기보다 상대의 모양을 더 좋게 만들고 있다면, 두칸뜀이나 날일자로 앞질러 나가 흐름을 빼앗거나, 아예 방향을 바꿔 자기 돌이 실제로 공격력을 지닌 쪽에서 다가가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뒤에서 잘못 민 예입니다. 어느 경우든 4로는 A에 두어야 합니다. 

9. 어깨짚기는 절대 손빼지 마라

어깨짚기는 상대 돌의 대각선 위쪽에 두는 수로, 대개 커 가는 모양을 삭감하면서 동시에 세력을 쌓기 위해 씁니다. 이 수의 가장 큰 장점은 중앙으로 나가기가 쉬워서 깊은 침입과 달리 좀처럼 포위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붙임만큼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어깨짚기는 응수를 요구하는 도발입니다. 그냥 두면 상대는 이쪽 모양 안으로 편하게 뻗어 나오면서 집을 파먹고 중앙까지 두텁게 만듭니다.

어깨짚기를 당하면 밀면서 모양을 지키는 것이 바른 응수입니다.

1로 둔 수가 상대가 커질 여지를 삭감하는 어깨짚기입니다.

10. 두점머리와 석점머리는 두드려라

젖힘은 상대 돌이나 말에 맞닿은 아군 돌에서 대각선으로 두어 상대를 감싸며 그 확장을 막는 수입니다. 싸움 기술의 주춧돌이자, 한 줄로 늘어선 두 점이나 석 점의 머리에 두면 달아날 길을 막고 모양에 결함을 만들어 최대의 압박을 가합니다. 이 수가 특히 효과적인 이유는 그 돌무더기의 활로를 줄이면서 세력까지 제한해, 상대에게 곧바로 양보를 강요하고 그 자리의 우위를 확보하기 때문입니다.

이 격언에서 따라 나오는 원칙은, 같은 이유에서 자기 두점머리나 석점머리는 절대 맞지 말라는 것입니다.

1의 젖힘은 상대의 모양을 옥죄면서 젖힌 쪽의 진영을 넓힙니다. 

11. 붙이거든 젖혀라

상대가 붙여 왔을 때, 곧 자기 돌 바로 옆에 두어 왔을 때는 대개 젖힘이 올바른 응수입니다. 좋은 모양을 지키면서 상대가 편하게 안정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지요. 붙임은 대체로 판을 복잡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두는 싸움 수인데, 젖힘은 선수를 잡으며 그 도전을 유리한 조건에서 받아들이는 수입니다. 옆으로 늘거나 끌어 두는 소극적인 응수는 충분한 대가 없이 그 자리의 우위를 내주기 쉽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붙임은 젖힘을 비롯한 단단한 국지 교환을 통해 받는 쪽을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대국 초반에 귀의 돌에 붙여 가는 것은 대체로 붙인 쪽이 손해라고 봅니다.

붙임에 젖힘으로 받은 예입니다. 

12. 두 점으로 키워서 버려라

돌 하나가 이미 살릴 수 없게 되면 곧바로 버리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올바른 수는 뜻밖일 때가 많습니다. 한 점을 더 보태 두는 것이지요. 살리려는 것이 아니라 버림돌을 더 값지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버리기 전에 오히려 보강해 두는 이 흔한 수법은 여러 상황에서 쓸모가 있습니다. 활로를 늘려 상대가 따내는 데 수를 더 쓰게 만들 수도 있고, 상대의 궁도를 줄일 수도 있으며, 패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죽을 돌이라면, 그 죽음의 값을 상대가 최대한 비싸게 치르도록 만드세요.

한 점 버림돌을 키우는 예입니다. 우하귀는 좌상귀에서 이어지는 진행입니다. 

13. 단수는 아껴라

체스의 체크가 그렇듯, 돌이나 말을 단수로 모는 것이 언제나 좋은 수는 아닙니다. 그저 응수를 강요하려고 치는 단수는 상대에게 자기 형태를 정비할 기회를 주어, 나중에 노릴 수 있었던 약점까지 없애 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문자는 그것이 뻔히 상대를 도와주는 단수인데도 치고 싶은 마음을 참기가 유난히 어렵지요. 단수를 치기 전에 스스로 물어보세요. 이 수가 지금 이쪽 형세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상대의 모양을 튼튼하게 해 주지는 않을까? 단수를 아껴 두는 쪽이 전략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때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 상대에게 모양의 결함을 남길 수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중에 필요할 팻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단수는 반사적으로 칠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쳐야 합니다.

상대를 강하게 해 주고 친 쪽에는 끊는 자리를 남기는 나쁜 단수의 예입니다. 

14. 축보다 장문이 낫다

상대 돌을 잡을 때, 달아날 길을 모두 막는 느슨한 포위인 장문은 지그재그로 몰아 가장자리까지 밀어붙이는 축보다 믿음직합니다. 축은 판 전체의 조건에 기대는 수법이라, 진행 경로 어딘가에 축머리가 단 하나만 있어도 수순 전체가 무너지고, 상대는 그 축머리를 공짜 활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장문은 그 자리에서 확실하고, 판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성립합니다. 그러니 둘 중에 고를 수 있다면 장문을 택하세요. 여기서 얻을 더 큰 교훈은, 멀리 있는 형세에 덜 기대는 싸움 수법을 고르라는 것입니다.

A, B, C, D, E는 상대 돌을 촘촘하게 혹은 느슨하게 장문으로 가두는 수입니다. 

15. 축 모르고 바둑 두지 말라

모질게 들리지만 사실입니다. 축은 바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술 요소 가운데 하나이고, 수순을 잘못 짚어 축을 놓치는 것은 가장 뼈아픈 패배 방식이면서 동시에 꼼꼼히 읽기만 하면 완전히 피할 수 있는 실수입니다.

이 격언에 주눅 들기보다 배움의 지침으로 받아들이세요. 조금만 공을 들여 축을 제대로 익히고, 결과를 완전히 확신할 때까지 한 수 한 수 천천히 꼼꼼하게 그려 가며 읽은 다음에 두는 것입니다. 축은 거의 모든 판에서 나오니, 배워 두는 데 드는 노력에 견주면 돌아오는 것이 유난히 큽니다.

□, ○, △의 축은 각각 어느 쪽에 성립할까요?

이 열다섯 가지를 익혔다면,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이 하나 남았습니다.

격언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마라.

모든 격언에는 예외가 있고, 바둑은 절대적인 규칙을 세우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게임입니다.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갖다 쓰는 격언은 아예 모르는 것만큼 해로울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대체로 옳은 것, 대부분의 자리에서 통하는 것, 판단이 서지 않을 때 기본으로 삼을 것을 알려 줍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다른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4선이 발전하기에 너무 느릴 때도 있고, 뒤에서 미는 것이 딱 맞는 수일 때도 있으며, 단수를 당장 쳐야 할 때도 있습니다.

격언은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법이 아니라, 판단을 돕고 실수가 벌어지기 전에 붙잡아 주는 믿음직한 조언자입니다. 거듭 두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감각과 판단력이 자라면, 경험이 이 격언의 미묘한 뉘앙스와 한계를, 그리고 어떤 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줄 것입니다.

결국 바둑은 지혜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길러 내는 일입니다.

참고 자료

Essential Go Proverbs, John Powers 지음(https://gobooks.com/)
https://gomagic.org/ko/go-strategy-and-tactics/ – 중반의 필수 전술
https://senseis.xmp.net/?GoProver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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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teresting article with clear and useful instructions! I am a Chinese player and most proverbs here remind me of classic Chinese Go proverbs, such as “立二拆三”(From Two, Three), “肩冲无恶手”(Never Ignore a Shoulder Hit) and “二子头必扳”(Hane at the Head of Two). However, I wonder where the proverb “Five Groups Might Live, but the Sixth Will Die” comes from, as I cannot find a similar Chinese version(though I absolutely agree with its idea). Thanks again for creating Go content with such high quality in the English community!

    1. Thank you for reading! I’m glad that you found the article useful. And great question! The proverb is mentioned in Sensei’s Library but I can’t seem to find its origin….Good advice nonetheless 🙂

      https://senseis.xmp.net/?FiveGroupsMightLiveButTheSixthWillDie